9월 27일(日)
ㆍ16:00
독일·뒤셀도르프(주1) 공항에 도착.
일본과의 시차는 7시간. 이쪽은 아직 밝지만, 일본은 저녁 11시라고 생각하니, 살짝 이상한 느낌.
북위 51도의 뒤셀도르프는, 홋카이도보다 북쪽에 위치한다는 듯하다. 춥지만, 일본과 달리 맑게 개서 기분이 좋다.
로케버스에 타서 공항에서 호텔로 향한다. 번화가인데 나무가 가득 있다.
초록·노랑·빨강, 나무들이 형형색색이라, 그것만으로도 「뭔가 독일스러워!」라고 감동한다.
호텔에 도착해서 짐을 푸니, 그 순간 졸음이 몰려왔다.
12시간이나 비행기를 탔지만, 도중에 살짝 꾸벅꾸벅 했을뿐, 4편이나 영화를 봐버린거다.
졸려서 침대 위에서 뒹굴뒹굴 하고 있으니, 카메라맨과 매니저가 찾아와서, 방의 예비조사를 시작한다.
어쩌면, 여기서도 찍을지도 모른다는 것.
내가 거의 잘 것 같자,「그 느낌, 괜찮지 않아?」라며, 카메라맨이 렌즈를 향한다.
나도「일단 기념으로」정도의 기분으로, 어느샌가 촬영이 된다.
사실은, 살짝 예비조사를 한 뒤, 카메라맨은 다른 스태프와 산책을 갈 약속을 했다는 듯하다.
나중에 편집 스태프가,「전혀 나오질 않네~라 생각했더니, 설마 찍고 있었을 줄이야!」라며 깜짝 놀랬었다.
이런 사적인 느낌으로 촬영해버리다니. 일본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써 일어나기 시작한다.
ㆍ19:00
호텔 근처의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 소시지(주2), 소시지, 소시지, 감자, 소시지.
소시지만으로 이렇게나 종류가 있다니 몰랐다. 올리브 오일로 볶은 것이나, 카레같은 스파이스에 담겨있는 것.
어느쪽도 맛있어서 감동. 무척 하이텐션이 된다. 정신을 차려보니, 무지막지하게 먹어버렸다. 반성.
먹은 걸 소화하기 위해, 라인강(주3)까지 걷는다. 낮엔 괜찮았는데, 저녁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춥다.
나는 하프팬츠 위에 코트를 감고서, 덜덜 떨고 있었지만, 현지인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하고 밖에서 맥주(주4)를 마시고 있었다.
예쁘게 라이트업된 라인강을 따라서, 많은 독일인이 모여있는 걸 보면,「외국에 와 있구나」라는 느낌이 든다.
나는, 이 뒤셀도르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의 직장 관련으로, 내가 태어나기 직전에 일가족끼리 도구(유럽에 감)한 것이다.
일본에 돌아온 건 5살 때. 집에는, 독일에 살던 시절의 사진이 가득 있다.
자택 근처에서 찍은 것도 있다면, 네덜란드나 벨기에 여행을 갔을 때 찍은 것도 있다.
하지만, 나는 독일 시절의 것을 대부분 기억 못한다.
사진 속에서 즐거운듯 웃고 있는 자신을 봐도, 어째선지 내가 아닌듯해서,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번, 내게 있어 첫 사진집을 만들기 위해, 독일에 데려다 주었다. 5살 때 이후니까, 13년만이다.
이 로케 사이에, 나는 독일에 대해 떠올리게 될까? 내 안의 독일은, 변할까?
9월 28일(月)
ㆍ08:30
아침 일찍부터 호텔에서 메이크를 끝내고, 드디어 본격적인 로케로 출발. 듬뿍 잤지만, 시차병이 남아있는지, 아직 졸리다.
로케버스로 촬영장소로 향하던 도중, 카메라맨이 창밖을 가리키며,「저 공원, 좋다!」고 말을 꺼낸다.
촬영장소의 외딴집에 도착해서 준비를 하고 있으니,「역시 저쪽에서 찍죠」라고 해서, 급거 U턴.
이름도 모르는 공원이었지만, 잔디밭 위에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이 쏟아져 들어와서, 무척 예쁘다.
아침햇살은 곧장 변하니까,「빨리, 빨리! 달려!」「거기서 춤춰봐!」라고, 마구마구 재촉한다.
어시스턴트가 가지고 있는 작은 스피커에서,『에오리안·하프(주5)』가 흘러나온다.
쇼팽의 피아노용 연습곡이다. 사실 이 곡, 이번 사진집의 테마곡으로 되어 있다.
편집 스태프와 미팅을 했을 때,「이 사진집의 이미지가 될 클래식 음악이 있다고 한다면, 어느 곡인가요?」라고 물어서, 이 『에오리안·하프』를 든 것이다.
나는, 3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고 있다. 피아노가 생활의 일부가 될 정도로 몰두해왔다.
콩쿨 전에는, 1일 10시간 이상 치고 있던 적도 있다.
내가 자주 치는 쇼팽의 곡은, 격정적이거나 괴로움이거나를 표현한 것이 많지만, 이『에오리안·하프』는 신기하게도 릴랙스할 수 있는 곡이다.
이미지는, 졸졸 흐르는 시냇물, 같은.
공원에서의 촬영이 시작했을 때는, 아침일찍부터 달리거나 춤추거나해서 부산스러웠지만, 정말 좋아하는『에오리안·하프』를 들으면서 일했더니, 기분도 좋은 느낌으로.
졸음도 말끔히. 얼굴도 생기있게. 카메라맨도「이거로구만!」하며 만족하는 얼굴. 좋은 징조의 스타트다!
ㆍ10:00
방금 전의 외딴집으로 돌아간다. 집의 소유자는, 몸집이 큰 독일인. 그리고, 기르고 있는 개도 거대…….
독일의 개는, 일본의 개와는 발성부터가 다르다. 심장에「컹」하고 울릴정도로 커다란 소리로 짖어서, 겁먹고 만다.
너무나 큰 무서움에,「개가 있으면 웃지 못할지도 몰라요……」라고 스태프에게 울며 매달린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개와 나란히 투샷. 나, 꽤 적응력이 있을런지도 몰라.
ㆍ15:00
「모차르트 거리(주6)」로. 여기에 내가 태어난 집이 있다. 하지만, 집 앞까지 와도 아무것도 떠오르지가 않는다.
시험삼아, 그 자리에서 몸을 웅크려 어렸을 적의 나와 같은 시선에서 올려다본다.
그대로, 걸어보니……「아, 나, 여기 알고 있어!」.
농담같지만, 아이 시점에서 올려다보니, 이 집에 살던 시절의 감각이 어렴풋이 되살아났다.
예전 사진을 의지해서, 자주 다녔던 근처의 다리에도 가본다. 좀더 큰 다리인가 싶었더니만, 겨우 5미터 정도밖에 안 되는 조그마한 다리였다.
놓여있는 동상도, 지금은 나보다 작다. 예전 사진과 같은 구도로 찍으려고 해봤지만, 아무리해도 잘 안 돼서, 역시 여기서도 웅크려봤더니……. 그 순간, 분수가 파앗하고 내뿜었다!
「대당첨!?」같은 느낌. 엉겁결에, 폭소. 마치 고향에게 환영받은 기분이 든다.
독일에 살고 있던 때는, 주변의 애들과 같이 평범한 유치원에 다녔다. 부모님은 일본인이었기에 집에서는 일본어를 말했었지만,
어린시절의 나는 독일어도 말할 수 있었단다. 물론 지금은 전혀 기억하고 있지 않다. 알고 있는 단어는……「당케쉔(주7)」정도려나.
ㆍ18:00
돌아오는 길, 석양의 라인강을 따라 지나간다. 또 카메라맨의 안테나가 반응했다는 듯해, 여기서도 조금만 촬영하기로.
무척 추웠지만, 맨다리에 스커트로 점프해봤더니, 엄청 좋은 느낌의 사진이 찍혔다.
호텔에 돌아와 저녁식사. 어제는 소시지를 너무 많이 먹었기에, 오늘밤은 야채만 먹는다.
드레싱을 하지않고, 하염없이 풀만을 우걱우걱.
호텔에 돌아와서「배고프다! 이대론 못 자!」라고 생각했지만, 그저 참는다.
내일은 중요한 촬영이 있는 것이다.
9월 29일(火)
ㆍ06:30
이 시기의 독일은, 7시 넘어서가 아니면 해가 안 뜬다. 아직 깜깜한 가운데 로케버스에 올라타서 출발.
1시간 정도로 케른이라고 하는 거리의「테르메(주8)」에 도착.
테르메는 독일인의 휴식시설. 커다란 수영장에 뜨거운 물을 채운 독일식 온천수영장이다. 여기서, 첫 수영복 촬영을 한다.
사진집을 만들게 됐을 때, 편집 스태프가「수영복은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었다.
수영복 촬영은 본인의 마음도 물어봐서……라고 하는 것으로 되어있다는 듯하다.
14살에 노기자카46에 들어온 나는, 멤버 중에서 연소자 그룹이었던 일도 있어서, 노출이 적은 의상을 입는 일이 많았다.
「내가 수영복을 입으면, 팬분들은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불안도 스쳤다. 하지만, 나는「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사진집을 낼 수 있는 기회란건 좀처럼 없고, 어쩌면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몰라.
이 사진집으로, 처음으로 날 알아주시는 분도 있을지 몰라. 그렇다면, 스스로 할 수 있을만큼의 일을 해서, 특별한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 거다.
한다고 정했다면, 지금까지 진심으로 몰두한 적이 없었던 다이어트에도 도전했다.
도중에 꺾이지 않도록 팬분들에게「다이어트 하겠습니다」라고 선언해놓고서.
멤버에게 발을 붙잡아달라고 해서, 빈 시간에 복근운동을 하기도 했다. 맨처음엔 서포트해주지 않으면 잘 되지 않았지만,
곧장 요령을 알아서, 혼자서도 할 수 있게 됐다.
독일 첫날에 너무 먹어버렸던 것만큼은 실패였지만, 촬영전날인 2일째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절제했다.
첫 수영복 촬영은, 의외일정도로 긴장하지 않았다. 처음엔 하얀 T셔츠를 입은채로, 조금씩 수영장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발이 미끄러져 성대하게 물속으로 떨어져버린다. 그런 해프닝도 있어선지, 곧장 릴랙스 무드로.
평소의 촬영에선 보인적이 없는 천진난만한 얼굴이 됐을거라 생각한다.
ㆍ10:00
이 독일 로케 중에 다른 하나의 고비였던 수영복 촬영을 끝내고, 다들 우선 안심.
예정을 변경해서, 관광기분으로 케른대성당(주9)을 보러 간다. 세계유산에 등록되어 있는 케른대성당은, 유럽최대의 고딕건축이래.
엄청나게 커다래서, 가까이서 보면 스테인드글라스 모양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세심해!
「이게 독일인가!」라며, 한결같이 감동. 평범하게 즐겨버렸다.
성당을 이쪽에선「두오모」라고 부르는듯, 우쭐해져서「두오모에서 안녕(도모), 안녕」라고, 몇번이고 말장난을 한다.
이런 시시한 걸로도 웃어버리고마는 텐션이 되다니. 두오모, 무서운 녀석.
그후, 뒤셀도르프로 돌아온다. 꽃집에서 에리카꽃(주10)을 찾아서, 머리에 올려본다. 에리카 머리에 에리카.
이건 말장난이 아니라, 뚜렷한 내 이름의 유래다. 부모님은, 내가 태어났을 때, 독일에서도 일본에서도 통할 이름으로써 이 꽃의 이름을 붙였다는 듯하다.
꽃집의 가게주인이 무척 다정한 사람으로,「자네, 에리카라고 부르는가? 그럼 선물하지」라고 말하며, 꽃을 주셨다.
무려, 이 꽃집의 반대편의 찻집의 이름도 에리카. 자신의 이름에 둘러싸여, 행복한 기분.
ㆍ13:00
뒤셀도르프 중앙역에서 전철을 탄다. 아침부터 테르메에서 너무 까분 탓인지, 진심으로 자버리고 만다.
문득 잠을 깨보니, 카메라가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카메라맨은, 주변 승객이 미심쩍게 생각함에도, 내가 일어나는걸 기다려 쭉 버티고 있었다고 한다.
갑작스런 불의의 습격에, 부끄러움이 차오른다.
ㆍ15:00
점심을 먹은 뒤, 거리 가운데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촬영.「하나 정도 위화감 있는 것을 해도 재밌지 않겠어?」라고 하는 스태프의 아이디어라는 듯하다.
드레스를 입고 가두를 배회하고 있으니, 다양한 사람들로부터「나이스!」라던지「굿!」이란 말을 들었다.
이번 로케 중에, 그 지방 사람과 제일 교류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일상생활 속에서, 이런 식으로 즐기며 거리를 걷는 일 따위 없으니까, 신선하다.
이 날의 촬영은 이걸로 종료. 저녁식사는, 현지의 일본요리 가게에서 먹었다.
9월 30일(水)
ㆍ06:00
오늘도 아침이 빠르다. 아직 어두운 사이 뒤셀도르프를 뒤로 하고, 로텐부르크(주11)라고 하는 도시로 향한다.……하자마자, 여기서 대발견.
우리들이 독일에 도착하고나서 쭉 타고 있던 로케버스는, 메르세데스 벤츠형(주12)이었다! 일본에선, 벤츠 로케버스 같은건 본 적이 없다.
「역시나 독일……」이라고 생각했더니, 나 이외는 다들 첫날에 알아채고, 이미 한번 흥분했다는 듯하다. 어째선지 뒤처진 기분.
여기서부터 목적지까지는, 약 7시간. 버스는 하염없이 달린다. 아침동안은 다들 꾸벅꾸벅 자고 있었지만, 머지않아 잠이 깨서 지루해하기 시작했다.
한가한 시간을 주체 못한 끝에,「노기자카 인트로 짠」개최. 랜덤으로 노기자카46 노래를 틀어서, 전원이 곡명을 맞춘다.
멤버인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을터인데, 카메라맨과 스타일리스트도 의외로 강하다!
몇곡이나 득점을 허용했지만, 최종적으로는 내가 1위에. 위험했다. 중학생때 이래의 레크리에이션 감각으로, 엄청나게 분위기 탔다.
참고로, 이번 로케에는, 독일인인 카비씨와 올리버씨가 동행해줬다. 카비씨는 여성 현지코디네이터.
일본어가 능숙하고 정말 상냥한 좋은 사람. 올리버씨는 로케버스의 운전수. 190cm정도 되는 큰 남자지만, 항상 방긋방긋하고 있어서 다정하다.
두 사람을 만나서,「독일인은 멋진 사람들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어린시절 독일인의 이미지는, 어찌됐든 "무서운 사람".
목에 숨막히게 만드는 듯한 독일어(주13)의 발음이 압도적이었고, 다들 커다래서, 내게 있어선 유치원 선생님조차도 무서웠다.
한번은, 선생님이 준 파프리카를 풋사과라 생각하고 먹었다가, 엄청 썼던 일이 있다.
남기면 혼날거라 생각한 나는, 몇시간이나 들여, 맘속으로 울면서 먹었다. 그런 독일인에 대한 인상은, 이번 로케로 180도 바뀌었다.
ㆍ13:00
로텐부르크 도착. 호텔에 체크인하고, 곧바로 메이크. 준비가 되면, 호텔 레스토랑에서 촬영개시.
이 씬의 목적은, 잘 차려입은 여자아이가, 왈가닥스럽게 단 음식을 볼이 미어터지게 입에 넣고 먹는 모습을 찍는 것.
촬영중, 아주 경미한 사건이 발생. 남성 스타일리스트가 자신의 이름을 불렸을 때,
여성스런 가성으로「네!」라고 무의식중에 말해서, 그뒤「아, 실수했다…」라고 중얼거린 것이다.
그게 너무나도 재밌어서, 눈물이 나올때까지 웃어버렸다.
복선이 있다. 이 스태프는 평소부터 언행이 부드러워서, 무척 여성스러웠기에, 로케 사이 쭉「혹시……」하며 모두에게 의심받고 있었다.
그런 흐름이 있던 다음에「아, 실수했다」였어서,「역시 그런거였어!」라고 생각한거다.
그런 일로도 웃음이 멈추지 않을 정도로, 이번엔 릴랙스한 환경에서 촬영할 수 있었다.
레스토랑에 있었던 피아노로,『에오리안·하프』를 연주한다.
「노기자카 인트로 짠」의 우승자 특전으로써 받은 테디베어(주14)인형과 함께 사진도 찍었다.
테디베어는, 독일의 고급인형 브랜드의 인기상품이다. 일본의 자택에도, 어린시절에 독일에서 사주신 테디베어 인형이 아직 놓여져있다.
ㆍ17:00
잠깐동안의 자유시간. 거리에 쇼핑하러 나가서, 학교 친구에게 줄 선물로 테디베어 키홀더를 산다.
노기자카46 멤버에겐, 독일 명물인 바움쿠헨을 구입.
로텐부르크는, 중세에 구축된 성 아랫마을로, 성벽과 포석이 계속되는 동화의 나라 같은 관광지다.
장난감 생산도 번창해서, 크리스마스 트리에 장식하는 장신구 전문점이 주욱 늘어서있다.
5미터나 되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져있는 가게도 있어서, 마치 테마파크에 있는 것 같다. 엄청 즐겨버리고 만다.
이 날, 묵은 호텔은, 15세기 무렵에 귀족이 세운 집이라고 한다. 나는, 촬영장소도 포함해서 잡은 스위트룸에 묵게 해줬다.
이 스위트룸은 건물 최상층에 있어서, 엘리베이터를 2번 갈아타지 않으면 도착할 수 없다.
방 열쇠는 묵직하게 무겁고, 안의 가구도 무척 호화.「가문 안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 살았던 걸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멋진 방.
이런 호텔에 묵게 되는 일은, 더 이상 없을지도.
공주님 기분으로 잔다.
10월 1일(木)
ㆍ07:00
드디어 최종일. 이른 아침부터 메이크를 마치고, 성 아랫마을을 나온다.
성벽 밖으로는, 아무것도 없는 대평원이 펼쳐져 있다. 추위로 떨면서 아침해를 기다리고 있으니, 멀리서부터 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도, 지평선에서 해가 뜨는 건 본 적이 없다.
독일의 광대한 대지에 아침해가 뜨는 순간을 보고, 뭐라고 할까……「살아있다」라고 실감했다. 그만큼 위대한 광경이었다.
나는, 자신이 맑은 날씨를 부르는 여자라고 하는 것에 자신이 있다.
우리들이 일본을 떠나기 전, 독일에서는 안 좋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었다는 듯하지만, 우리들이 도착하고부터는 쭉 쾌청.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이렇게나 멋진 풍경 속에서 촬영할 수 있다니, 그거야말로 일생에 한번 밖에 없겠지.
아침해를 전신으로 쐬면서 실컷 뛰어다니니, 얼어붙을 듯한 추위도 잊고서, 웃는 얼굴로 가득해져 있었다.
ㆍ09:00
호텔에 돌아와, 내가 묵고 있던 방에서 촬영. 이번엔, 메이크 스태프가 작은 사건을 일으킨다.
촬영으로 머리를 나부끼기 위해 쓰는 블로어(주15)라고 하는 기계의 배터리를, 일본에 잊고서 두고온듯 하다는 거다.
어쩔 수 없이 방에 있던 선풍기를 껴안고서, 마루에 뒹굴며 바람을 보내는 메이크 스태프.
「오히려 이쪽 편이 느낌이 좋네요!」라고 변명하고 있다. 그 허세스런 느낌이 너무나도 재밌어서, 또다시 웃음보.
ㆍ11:00
호텔을 체크아웃하고, 거리속에서 최후의 촬영. 라·프랑스가 되는 나무를 발견한다. 실은, 내가 15살 때 거의 처음이라고 해도 좋을 솔로 그라비아를 찍어 준 사람이, 이번 카메라맨이다.
그 때의 지면에, 풋사과를 머리 위에 올렸던 사진이 실려져 있다. 무척 마음에 드는 컷으로, 잠시간 사무소에 그 사진을 걸어두기도 했다.
3년전과 마찬가지로, 라·프랑스를 머리에 올리고서 사진을 찍는다. 둘 다 그 때의 일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왠지 기쁘다.
이걸로 촬영은 전부 종료. 마지막에 독일 요리를 배부르게 먹는다.
로케버스로 4시간 걸려서 뮌헨 공항으로 가서, 다시 12시간의 비행을 지나, 일본으로―.
후기를 대신해서
로케가 끝나고 잠시간 있고나서, 편집 스태프를 만났다. 독일 로케때의 스태프들이, "독일로스"를 느끼고 있다고 하는.
무려,「지금까지 했던 일 중에서 제일 좋은 로케였다」고 말해준 분도 있다는 듯하다.
예의 여성스러운 스타일리스트는,「이쿠쨩이 착각하고 있진 않으려나……」라고 걱정하고 있다고 하는.
분명, 다음에 만났을 때, 나는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웃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심각한 독일로스다.
촬영 일로, 이렇게나 달성감을 느낀 건 처음.
독일에서 찍은 사진 속 자신은,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얼굴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독일은 내게 있어 먼 나라였다.
첫대면하는 사람에게「독일에서 태어났습니다」라고 말하면, 반드시 깜짝 놀라지만, 5살부터 일본에서 자란 내게는 조금 현실감이 없다.
독일에 있던 시절의 기억은 어슴푸레해서, 부모님에게 당시의 일을 들어도, 누군가 다른 사람 얘기 같았다.
이번 독일 로케에서 떠올린 건 여러 개 있지만, 역시 자신에게 있어, 독일은 외국이라고 하는 의식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독일 거리의 풍경이나 사람의 다정함에 닿으며, 이 나라에 대한 이미지는 크게 바뀌었다.
「나는 이런 멋진 나라에서 태어난거구나」라고 생각하면, 어째선지 자신이 자랑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이 사진집을 촬영하는 것으로, 내게 있어 처음으로 독일이 "태어난 곳"이 된거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내가 이 5일 동안 경험한 일이다.
이쿠타 에리카(生田絵梨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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